꿈꾸는 것, 이상을 이루기 위해, 나는 내가 가진 어떤 것들 내놓을 수 있을까?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자, 시발점,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 바로 이 피뢰침이다.
피뢰침이라는 물상은 언듯, 벼락을 맞고 사라지는 존재로 인식된다. 하늘이 내린 천벌로 죽어질 수 밖에 없는, 하지만, 과연 그런가? 피뢰침은 모두가 피하려는 고통과 두려움을 대신하지만, 그 고통 속에서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은 채, 꿋꿋이 제자리에 서 있다. 운명에 완전히 순응함으로써, 운명을 넘어서는 자, 고통을 내재화하여 본연의 모습으로 빛을 발하는 자, 니체가 말한 초월자, 위버멘시의 모습이다.
이 작품 속에는 수없이 많은 메타포와 이마고가 섞여 있다. 축약을 통한 시적 표현, 아마추어 작가가 가지는 미숙함까지, 개인적인 욕심으로 이것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싶지만, 그럴 필요도, 의미도 없다. 온전한 이해란 헛된 망상이다. 다만, 각자가 읽고 또 써 내려갈 뿐,
성경을 수백 번 읽는다고, 성자가 될 수 없고, 불경을 몸에 새긴다고 열반에 오를 수 없듯, 각자의 길 위에서 원형적이고 본질적인 물음과 해석을 찾아갈 뿐이다.
올 한해는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을 겪었다.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,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한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인간 혐오, 생계를 위해 버티고 있는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 등 안 좋은 일들은 늘 한꺼번에 찾아왔다.
버티고 서있기 조차 힘든 시간들, 가족들조차 내겐 위로가 되지 않았다. 시간이 꾸역꾸역 지나가니 견딜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 이 고통은 결국, 타인과의 관계에서 갖는 헛된 기대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.
누군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, 받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병, 이를 이겨내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? 스스로 내린 결론은 자기애였다. 타인이나 조직, 사회의 관점에 사로잡혀 상처받기보다 나와 내가 선택한 길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.